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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되는 곳/담임목사 목회칼럼 144
2026-10-24 10:38:18
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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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일

이번 주에 목회자 컨퍼런스에 다녀왔습니다. 여섯 번째 참석이었는데, 어느 때보다 큰 위로와 격려를 받은 시간이었습니다.

요즘 제 마음은 조금 지쳐 있었습니다. 지역목자로서 처음 인도한 지역모임은 감사가 넘치는 시간이었지만, 정작 제 안의 이야기는 꺼내지 못하고 사역 이야기만 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아내가 왜 솔직하게 말하지 않느냐고 묻더군요. 목회자 가정에서 자라며 늘 괜찮은 척하던 습관이 아직 남아 있었나 봅니다. 정책당회를 준비할 때도 잠을 줄여 가며 저를 몰아붙였습니다. 장로님들이 웃으시며 화기애애하게 함께해 주셨는데도, 당회를 마친 뒤 자책으로 이틀 동안 기도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간 컨퍼런스에서 처음으로 육겹줄 기도회 조장을 맡았습니다. 대부분 저보다 연배도 높고 가정교회 경험도 많은 분들이라 부담이 컸지만, 이번만큼은 제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분도 잘했다, 잘못했다 평가하지 않으셨습니다. 끝까지 들어 주시고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나눔은 늦은 밤까지 이어졌습니다. 누군가 저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 준다는 것이 이렇게 큰 힘이 되는 줄 깨달았습니다. 쌓인 피곤으로 앉기만 하면 졸았는데, 그것마저 하나님께서 “성훈아, 피곤하지? 괜찮아. 좀 쉬어도 돼”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 파송기도회에서 박창환 목사님(한국가사원장)의 기도가 깊은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이제 목회지로 돌아갑니다. 사랑하러 갑니다. 섬기러 갑니다. 상처받으러 갑니다.” 그 기도를 듣는데 마치 하나님께서 “그래도 가야지. 네가 가 주겠니?” 하고 물으시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목회지로 돌아올 힘을 얻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 교회와 목장을 생각했습니다. 우리 가운데도 괜찮은 척하며 버티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그런 분들이 찾아와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교회와 목장이면 좋겠습니다. 잘잘못을 먼저 따지기보다 끝까지 들어 주고 함께 아파하며 격려해 주어, 지친 이들이 다시 삶의 자리로 돌아갈 믿음의 용기를 얻는 곳 말입니다. 그것은 듣기 좋은 말만 주고받는 모임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랑 안에서 서로의 연약함을 품고 함께 세워져 가는 공동체일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기도하며 품은 VIP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목장은 이런 곳이에요. 우리 교회는 이런 교회예요.” 제가 받은 위로를 그분들도 누릴 수 있도록 기쁨으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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